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스킨십, 즉 신체적 접촉의 급격한 감소입니다. 스킨십은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우리의 뇌와 호르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이후 스킨십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생화학적 변화와 그에 따른 정서적·사회적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1. 옥시토신 분비의 변화
스킨십은 인간의 정서적 안정과 신뢰 형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oxytocin)의 분비를 촉진하는 주요 자극입니다. 옥시토신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되어 뇌하수체 후엽을 통해 분비되며, ‘애착 호르몬’ 또는 ‘신뢰 호르몬’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호르몬은 육체적 접촉을 통해 활성화되며, 엄마가 아기를 안을 때, 연인이 포옹할 때, 친구와 가볍게 악수할 때도 분비가 촉진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 중심의 생활 방식이 정착되면서 일상에서의 스킨십 기회는 급감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환경 변화가 단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몇 년간 지속됨으로써 뇌의 화학반응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스킨십이 감소한 사람들은 옥시토신 수치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타인에 대한 신뢰 형성이나 공감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또한,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 코르티솔 수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이는 만성적인 긴장과 불안을 유발하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며, 신체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옥시토신은 사람 간의 소속감 형성에도 관여하는데,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타인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능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오히려 대면 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스킨십을 회피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스킨십 부족이 단순한 물리적 거리의 문제가 아닌, 생화학적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입니다.
2. 우울감 및 정신건강 악화
스킨십은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어, 인간의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생화학적 기능을 담당합니다. 신체 접촉을 통해 뇌는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과 같은 기분 조절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들 물질은 행복감, 안정감, 동기부여 등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접촉이 줄어들면서 이러한 긍정적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고, 그 결과로 우울감, 불안, 무기력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나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은 스킨십의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 심리적으로 더욱 고립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 오직 화면을 통해서만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는 뇌의 감정 회로가 충분히 자극받지 못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외로움은 심화되고, 자존감은 낮아지며,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불면증, 불안장애, 우울증을 호소하는 상담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스킨십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합니다. 손을 잡거나 가볍게 어깨를 토닥이는 행동만으로도 긴장이 완화되고, 심박수가 안정되며, 전반적인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 위안의 방법이 사라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를 잃고, 때로는 음주, 폭식 등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려다 더 큰 건강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스킨십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불균형은 단기적인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우울증 유병률 상승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사회성 저하와 관계 단절
스킨십은 인간의 사회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품에 안기며 애착을 형성하고, 또래 친구와 손을 잡거나 껴안으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학습합니다. 이러한 촉각 기반의 교류는 감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타인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스킨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특히 아동·청소년의 사회성 발달에 큰 공백이 생겼습니다. 학교에서의 대면 수업이 제한되고, 놀이 활동 역시 줄어들자 정서적 공감능력과 공동체 의식이 저하된 세대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성인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친구와의 가벼운 포옹, 직장 동료와의 악수 등 일상적인 스킨십은 소속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비대면 회의와 원격 업무가 일반화되면서 이러한 접촉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타인에 대한 신뢰 형성은 더딜 수밖에 없으며, 감정 표현도 점차 간접화되고 냉담해지는 양상이 뚜렷해졌습니다. 이처럼 물리적 거리와 정서적 거리의 격차가 커질수록 관계의 질은 저하되고, 사회 전체의 유대감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규범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생과 안전이 우선되는 분위기 속에서 스킨십은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이에 따라 접촉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화는 특히 낯선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더 큰 장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개인은 타인과의 깊은 정서적 연결을 회피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단절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스킨십의 부재는 단순한 습관 변화가 아니라, 사람 간 관계의 본질적인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결론
코로나 이후 스킨십의 급격한 감소는 단순한 문화적 변화가 아닌, 생화학적·정서적·사회적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옥시토신 분비 감소, 우울감 증가, 사회성 저하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입니다. 이제는 비대면의 일상 속에서도 정서적 연결을 회복하고, 건강한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